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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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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8 Logrono - Najera Stage#8 Logrono - Najera9.15 29.6km 새벽길을 나선다. MJ와 여수부부가 배낭 보내려 우리 Albergue로 왔다. 그쪽 알베르게에서는 하꼬트랜스 서비스가 오지 않는다 한다. 어제 Daisy에게 Dan의 생일선물을 맡겼다. 아무래도 댄이 페이스를 따라잡기 힘들 것 같고 난 이제부터 좀 달릴 작정이었다. 언젠가 만나게 되겠지만 기약은 없다. ▼마을 어귀에서 Vincent를 만났다. 수도원 알베르게에서 막 떠나려 준비하고 있던 그와 반갑게 아침 인사를 나눈다.머리 말끔히 단장하고 수염도 밀었는데 어제 미장원에 다녀왔다고 한다. Hair Stylist의 주말? 그의 손에 담배가 들려있다. Saint Jean에서 출발 전날밤 길게 한모금 하며 이게 마지막 담배라 했는데. 나는 수염을 ..
Stage#7 Los Arcos - Logrono Stage#7 Los Arcos - Logrono9.14 28.1km 까미노를 걸은지 일주일째.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Los Arcos를 빠져 나오며 오늘은 어제 못한 숙제를 해야한다고 각오. 하지만 하꼬트랜스(Jakotrans, 배낭 등의 짐만 보내주는 택시 서비스)를 이용 배낭을 먼저 보낸 탓에 발바닥이 지면에서 5센티는 떠가는거 같다. 이거 버릇되면 곤란한데 무릎때문에 오늘은 작전상 후퇴다. 크로스가방에 필수품만 넣고 지팡이 짚고 걷는다. 또 다른 새벽 ▲그녀의 이메일주소를 챙겨두지 못한게 아쉽다. 도자기 관계일을 하는 독일여자인데 한국도 방문했다한다. 찍힌 사진을 LCD로 보고 꼭 보내달라 했는데... ▼오르막에서 여전히 힘겹게 비틀거리는 MJ를 만난다. 손에 든 묵주가 눈에 띈다. 그녀의 등을 ..
Stage#6 Estella - Los Arcos Stage#6 Estella - Los Arcos9.13 21.2km Eroski Consumer(스페인의 대형 유통회사. 스페인 전역에 1,000개 이상의 점포를 가지고 있는데 온라인 홈피에다가 까미노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코스별 안내가 매우 유용하다. 물론 스페인어로 되어있어서 Google번역기를 돌리는게"스페인 → 한국어"로 설정해도 되지만 더 알아보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에 "스페인 → 영어"로 하는게 좋다)의 루트 가이드에 따르면 이날은 29km를 걸어서 Torres del Rio까지 가라고 되어있었다. 이 가이드느 ㄴ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이다. 가이드북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800km를 30일 전후로 나누어 각 Stage를 제안한다. 서양사람들은 대개 두가지 유명한 가이드북을..
Stage#5 Puente la Reina - Estella Stage#5 Puente la Reina - Estella22km 새벽을 사랑한다.차분하고 고요한 열망의 신새벽, 그 순수함을 맛본다.그래 지난 과거는 잊자. 혼탁했던 시절의 먼지 털어내고 아침의 차가운 공기로 머리도 가슴도 새롭게 하는거다.미련없이 작별하고 새롭게 만나는거다. 맨처음인것처럼 그렇게 수줍게 조심스럽게 맞이하는거다 새날을.▲마을을 빠져 나오며 다리 건너기 직전에 몸을 돌려 마을을 본다. 개를 데리고 아침 산책하는 주민과 막 길을 나선 순례자.▼차도를 따라 오르막을 걸어야 한다. 내리막에 진저리쳤다고 오르막을 사랑한다 한적 없다. 하지만 뭔가 걸음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아하 오늘이 닷새째. 종아리와 대퇴부의 각종 근육들이 서서히 단단해지기 시작했나보다. 특히 심장의 여러갈래 혈관들이 모처럼..
Stage#4 Pamplona - Puente la Reina Stage#4 Pamplona - Puente la Reina24km 이른 아침 혼자 길을 나섰다. 어차피 보폭이 다르기 때문에 부러 일행을 만들어 계속 같이 걷는 일은 좋은 생각이 아닐 것 같았다. 그리고 아직 순례 초반이라 혼자 수행하는게 낫다 싶었다. 도시를 빠져 나오면 홀가분해지면서도 좀 섭섭하다. 아무도 나 붙잡는 사람 없다는 사실 때문인가. 먼 훗날 정말 먼 길 떠날 때, 그때도 아무도 나 붙잡는 사람 없으면 정말 쓸쓸한 일일 것이다. ▼역사정신을 강조한 역사철학에 매료되어 청강을 다닌 적이 있다. 대학시절 신일철교수의 강의를 좋아했었다. 실은 역사철학의 내용은 잘 모르면서 스타일과 스토리를 좋아했었나보다. 세상을 이해하는, 인생을 해석하는 방법과 '이야기'에 관심있던 시절이었다. 역사에 영혼..
Stage#3 Zubiri - Pamplona Stage#3 Zubiri - Pamplona20.4km 초반페이스를 잘 조절하는게 중요하다는건 여러 가이드에서도 강조되어 있다. 첫 일주일을 잘 넘기면 체력도 보강이 되고 걷는 요령도 생겨서 점점 쉬워지고 즐거움이 더해 간다는 얘기다. 그 얘기 굳게 믿기로하고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어젯밤 다니엘이 버스 타고 가야하는 이유를 충분히 설득시켰다. "만약에 지금 허리가 고장이 나면 까미노는 그걸로 끝이다. 까미노는 시험이 아니라 힐링인데 당신 자신을 학대하는건 옳지 않다" 그는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어떻게 될지는 모를 일이다. 그렉과 데이지에게 그를 당부하고 먼저 길을 나섰다. Zubiri를 떠나고 두시간이 채 못되어 Larrasoana에 이른다. 꽤 많은 가이드에서 Stage#2의 기착지로 추천한 곳이..
Stage#2 Roncesvalles - Zubiri Stage#2 Roncesvalles - Zubiri22km 신기하게도 눈이 떠졌다. 자명종도 없이. 새벽 어둠속에서 사람들은 부산하게 출발준비를 한다. 아직 잠든 사람들을 위해 조용히 짐을 들고 밖으로 나가 배낭을 꾸리는게 알베르게 예의다. Morgan 가족들과 함께 출발하면서 Zubiri에 도착했을 때 묵을 알베르게를 정했다. 삭신이 쑤시지만 의외로 몸과 마음은 가볍다. ▲지나가는 순례자에게 사진을 부탁했는데... 수도원 출구를 막 빠져나가는 시각 아침 7시. ▲새벽안개가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늦여름, 새벽이 적당히 선선한 탓에 순례자들은 일찍 출발해서 일찍 도착하는 일정을 선호하게 되는데 대개 5~6시간 걷는다면 휴식시간 1~2 시간 포함하면 아침 7시 출발, 오후 2~3시 도착의 스케쥴이 나온..
Stage#1 Saint Jean - Roncesvalles Stage#1 Saint Jean Pied de Port - Roncesvalles 27km 출발 아직 해가 뜨려면 멀었지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주섬주섬 짐을 챙긴다. 다들 잠을 설친게 분명하다. 어젯밤에 한방을 배정받아 룸메가 된 일행은 독일인 한스남매(사촌간), 스웨덴인, 두번째 까미노에 나선 프랑스인 뱅상, 일본인 다나까, 나까지 모두 여섯이다. 식당에선 알베르게에서 무료로 주는 아침식사가 준비되어 있다. 빵과 커피. 순례자의 아침스럽게 단출하다. 무조건 먹어두어야 한다. 어제 순례자사무실에서 만났던 포루투갈인 호스피탈레로(자원봉사자) 나테르시아(Natercia)가 새벽부터 나와서 순례자들을 도와준다. "까미노를 걸으며 넌 많이 웃고 행복하게 될거야" 어제만 16명의 한국인들이 피레네를 넘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