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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Stage#6 Estella - Los Arcos

Stage#6 Estella - Los Arcos

Stage#6 Estella - Los Arcos

9.13 21.2km





Eroski Consumer(스페인의 대형 유통회사. 스페인 전역에 1,000개 이상의 점포를 가지고 있는데 온라인 홈피에다가 까미노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코스별 안내가 매우 유용하다. 물론 스페인어로 되어있어서 Google번역기를 돌리는게

2004.2.29 난생 처음 산악회 따라서 지리산 올랐었다가 무릎때문에 초주검되서 내려왔다.

"스페인 → 한국어"로 설정해도 되지만 더 알아보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에 "스페인 → 영어"로 하는게 좋다)의 루트 가이드에 따르면 이날은 29km를 걸어서 Torres del Rio까지 가라고 되어있었다. 이 가이드느 ㄴ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이다. 가이드북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800km를 30일 전후로 나누어 각 Stage를 제안한다. 서양사람들은 대개 두가지 유명한 가이드북을 들고 다닌다. 하나는 빨간책, 하나는 노란책. 그러다보니 매일 종착역마다 사람이 모여들게 되는 것이다. 숙소전쟁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 내가 가진 다른 정보지에서는 Los Arcos를 추천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제까지만해도 점점 체력이 좋아지는구나 흐뭇했었는데 소시적에 다쳤던 오른쪽 무릎에서 좋지않은 싸인이 온다 . 일찍기 1978년 서울 - 부산 자전거여행 가는길에 고장났던 도가니가 2004년 지리산에 올라서 거의 절딴나는 경지에 이르러 기어내려왔던 화려한 전력이 있었다. 1978년의 무모한 도전은 순전히 같은 하숙집 대학동기 조성택과 나의 '이유없는 발상'에서 시작된 것이다. 추풍령을 쉬지않고 넘어가야 할 이유가 뭐였냐 말이다. 젊어서 사고친거 나이 먹어서 다 제값 치르게 된다. 해서 오늘은 Los Arcos에 머물기로 하고 알베르게도 아예 예약을 해두었다. 그러나, 만만한 까미노는 없다. 쉬운 순례는 없었다. 바람이 불었다.


▲▼아침 일찍 출발하여(6:50) Estella을 빠져 나간다. Morgan Family는 아직 잠들어 있다. Town을 나와 Irache 수도원(wine공장)에 오르는 길. 철물점집을 지난다(Forja de Ayegui?) Spain어를 아는 영국부부가 Blacksmith 비슷한 거라 한다. 그들은 문앞에 무화과열매를 두었다. 그것도 해가 뜨면 말라버릴까봐 축축한 이파리로 정성스럽게 덮어두었다. 1,000년 순례길의 전통이라지만 나그네를 배려하는 사람들의 따뜻함에 코끝이 찡하다. 옛날에 순례자들은 사실 거지나 다름없었고 길을 가다가 농부들이 던져주는 과일이나 빵조각으로 연명하다시피 한 경우가 많았다 한다. 몸과 마음이 가난해야 이러한 '감사'의 은혜에 감동할 수 있을 것이다. 무화과는 달고 맛있었다. 양껏 먹으라면 한바구나도 부족하겠지만 새벽의 순례길 뒤이어 오는 이들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딱 두개 먹고 참았다. Saint Jean의 공립 알베르게에서 출발하는 날 아침에 먹었던 무화과. 어렸을 적 동네어른들이 이찌지꾸라고 불렀다. 우리집 앞마당에 있던 이찌지꾸 나무에 올라 걸터 앉으면 멀리 부산항의 방파제와 영도를 바라볼 수 있었다. 무화과 두송이에 힘이 솟아 언덕을 오른다.


▼Irache수도원은 순례자들에게 공짜 와인을 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수도꼭지 하나에서는 와인, 다른 하나는 물이 나온다. 물론 마케팅인지도 모르지만 이 수도원(와인공장)은 반드시 들러야 하는 명소이다. 근데 이른 시간이어서 어제 부어 놓은 와인은 거의 바닥. 정말 새모이 만큼 혀끝을 적시고 간다.


무지개를 만난다. 이리저리 여러 컷을 찍어둔다. 



▼모두들 무지개를 보고 반가와 한다. 독일에서 온 Dennis는 오래전 헤어진 여자친구와 같이 한국여행을 계획했었다고 한다. 헤어지는 바람에 못가게 되었다고 아쉬워 한다. 그는 비지니스로 작년 한해만 21군데 나라를 여행했었다고. 형과 같이 까미노에 왔는데 며칠후 돌아간다고. 형은 걸음이 너무 빨라 따라갈수가 없다고. 그 형 나중에 봤는데 까미노에서 제일 빨리 걷는 친구였다. 재미있는 건 제일 빨리 걷는 제이미와 일행이 되어 한동안 같이 다녔다.


▼오Villamayor Monjardin에서 브런치를 먹으며 쉬기로 정한다. 눈빛이 형형한 기사의 조각상 앞에 선다. Bust in memory of King Sancho Garcés I, King of Pamplona and Deyo (905-925) 왕과 기사, 전쟁과 약탈의 역사. 나의 영웅은 너의 원수이고 모두가 평화를 원하지만 평화는 공짜가 없고 피의 댓가를 요구했다.그게 우리의 과거이고 현재이다. 




브런치를 위해 찾은 식당에선 Elvis Presley를 틀어 놓았다. 약삭빠르게 생긴 가게주인은 얼른 한국인임을 알아보고 인사한다. '감사합니다'의 발음이 나쁘지 않다. 까미노에서 엘비스라니... 음식 역시 어설픈 장삿꾼의 냄새가 난다. 


▼바람에 실려온 물방울이 얼굴을 간지럽힌다.

고어텍스 쟈켓을 꺼내입고 비에 대비하지만 다행히 본격적인 비가 내리지는 않았다.

Paris에서 온 Florence를 다시 만난다. 거의 동시에 Denmark의 Mikkel을 만나 Los Arcos까지 동행. 코펜하겐에 살고 있는 덴마크인 19살의 미켈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까미노를 왔다. 그의 친구들은 대학진학을 선택하였지만 자신은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한 채 그런저런 생각을 위해 이길을 걷노라 했다. 19살이 무슨 미래를 걱정할까 무엇이 두려울까 궁금하였지만 

이런건 꿈도 못꾸던 나의 열아홉 그 방황을 생각해 보면 까미노를 택할수 있는 그의 기회가 부럽다.




▼Los Arcos는 성공한 선택이었다. 조용하고 오래된 마을의 광장에서는 순례자들만의 여유가 있었다. 예약했던 사설 알베르게도 평가만큼 깔끔하고 친절했는데 특히 세탁기 사용이 편리해서 빨래 제대로 할수 있었다.



▲Jamil은 여기서 잠깐 쉬었다가 다음 마을로 갈거라 한다. 붙임성이 좋은 친구다. 

▼명랑쾌활한 바스크여인과 일행을 위해 와인 한병 샀다. 그래서 또 웃고 떠들고 행복한 오후를 보낸다.


▼Mikkel을 청해서 맥주와 샐러드로 점심. 근데 이친구가 신기하게 생긴 나무목걸이를 하고 나타났다. 등산화모양의 목각인데 여기 따라다니는 예술가한테서 주문한거라 한다. 그의 알베르게에 따라가서 내것과 다니엘것으로 두개 주문하고 10€. 목공기술자 Francisco는 오랫동안 장산한 경험이 있는 친구답게 자신의 기사가 난 신문스크랩을 카피해서 나누어주었다. 무슨 보증서마냥. 다니엘의 생일선물로 안성맞춤일게다.


▼Hotel Monaco는 이름이 그럴듯해서 더 쉽게 속은건지도 모른다. 안내가이드에도 없고해서 다소 불안했지만 동네규모에 비해 제법 고급스러워 보여서 기대했었다. 몇번 내가 산데 대한 보답으로 다니엘이 저녁을 사겠다해서 좋은데로 고른데 호텔 레스토랑이었는데 정말 엉터리 Full Course Menu때문에 다들 경악햇다. 말도 안되는 연어구이때문에 잔뜩 속이 상했는데 마지막 디저트에서 정말 폭발직전. 메뉴를 보고 Fruits를 주문했는데 달랑 오렌지 하나만 나왔다. 경악하는 표정을 보고 박장대소하는 Dan의 가족들. 그래서 또 웃고 가는거다. 


▼댄에게 왜 그리 자주 ATM을 찾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Because I have a daughter"




노란화살표는 까미노 어디서나 볼수 있어서 대수롭지 않은 것 

같지만 새벽길이나 숲속에서는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된다.

힌색 빨간색 두줄표시는 또 다른 까미노인 GR65의 표식이다. 

이는 Geneva에서 Santiago에 이르는 길인데 Le Puy Route라고 불리기도 한다. 



저녁을 먹고 Morgan네 식구들이랑 마을 골목에 있는 잡화상에 들러 노트와 펜을 구입. 

더 늦기전에 얼른 노트를 구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아이패드는 역시 콘텐츠 소비도구이지 생산도구로는 부적당. 

머리에서 손으로, 펜을 거쳐 종이에 이르는 과정에서 

무언가 제3의 화학적 작용이 일어난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물론 이제는 머리에서 손으로, 키보드 거쳐서 화면에 이르는 디지털 과정을 거치게 되고 

그 또한 펜과 종이 못지 않은 화학반응을 기대할 만큼 익숙해지면 장점이 많다. 

그러나 까미노에서는 애기가 다르다. 

걷다가 지치면 아무데나 나무그들에 앉을 수도 있고, 

알베르게의 땀내 나는 침대에 엎드려 무언가 끄적이고 싶기도 하다. 

역시 펜과 종이가 답이다. 


좀 지친것 같다. 내일은 배낭을 Jakotrans로 보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