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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D-1 Paris - Saint Jean Pied de Port

D-1 Paris - Saint Jean Pied de Port

Leaving Paris


새벽 4:45 Paris 민박집을 나선다.

새벽의 Drancy역엔 대부분 흑인들이다. 

RER B 기차로 Denfert Ronchereau역까지 가서 메트로 6로 갈앝고 세정거장이면 Monparnasse다.

십년전 에펠탑에 올라 봤을 때 느낌도 그랬는데 파리는 참 작다.

Old City의 특징일 것이다.


기차 타러 가는 길. 마을을 빠져 나가는데 길고양이 한마리가 배웅해 준다.



아직 카페나 편의점 문이 열리지 않은 시각. 역사 한쪽에 휴게실이 있어서 화장실 쓰고 쉴 수 있다.


이건 자동개찰기. 빼 먹고 승차하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한다.


▼TGV로 남쪽을 향하는 차창밖으로 새벽노을이 아름답다. 창에 비친 내얼굴을 보니 계속 웃고 있다. 참 행복한 일이다. 혼자 여행하며 이런저런 생각과 창밖의 풍경을 보는 즐거움. 사랑하는 가족들을 그리워 하는 것. 믿음과 말씀에 대해 집중해 보는 것.

하늘은 점점 밝아지고 열차는 계속 남행중이다.



쌩장 Saint Jean Pied de Port


▼Paris에서 출발한 TGV는 순례의 출발지 쌩장에 가기전에 이곳 Bayonne에서 시골열차로 갈아타야 한다. 때로 예고없이 열차대신 버스를 타는 경우도 있다 하는데 이날은 사람들이 많아서 열차가 있었다. 그런데 갈아타는 사이에 시간이 빈다. 바로 쌩장으로 가서 짐 정리하고 싶지만 할 수 없이 이곳에서 몇시간 보내야 한다. 마케팅일까?


▼강변 카페에서 간단히 점심. 맞은편 프랑스인 관광객들이 자신들이 마시는 포도주가 스페인산이라 한다. 내가 순례자임을 알아보고 가는 길에 지나게 될 지역이라 설명하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그게 뭘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첫번째 통과지역이 나바라 지역이고 저들이 마시는 핑크 와인이 그지역 산이라는데 막상 순례 초두에 정신이 없어서 까맣게 모르고 마냥 걷기만 했다.



Bayonne에서 빈둥거리면서 좀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르셀의 여름"을 찍으러 온 것도 아닌데 한적한 남불의 정취를 즐길 마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쌩장 가는 열차에 오르자 세계에서 모여든 동지들의 상기된 표정을 보고 '순례'가 꼭 외롭지만은 않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다부진 한국 아줌마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2량짜리 전기기차는 꼬불꼬불한 산길을 따라 올라간다. 강변에는 줄에 매달린채 강위로 뛰어드는 소년들이 기차를 향해 손을 흔든다. 2차 대전 직전 풍경 같다. 늦여름이다.


마침내 쌩장. Saint Jean Pied de Port. 

산티아고 가는 길 중 프랑스길(French Way)의 관문, 순례의 시발점. 피레네를 올려다 보고 있다. 역에 내려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걱정할 필요 하나 없다. 내리자마자 대부분의 열차승객들이 경주하듯이 바쁘게 길을 간다. 순례도 경쟁인가보다. 먼저 순례자사무실에 도착해서 수속하고 숙소 배정받으려는 생각에 다들 마음이 바쁘다. 조그만 마을이다. 역에서 그리 멀진 않지만 막판에 개천 건너 언덕을 오를때 숨이 차오른다. 짧은 다리에 남들보다 먼저 가고 싶긴한데 뛰어가려니 민망하고 800km를 앞두고 벌써 숨찬거 같아서 좀 불안해진다. 역에서 순례자사무실까지는 800m가 조금 못된다. 다들 비슷한 표정들. 마을에는 순례자보다 관광객들이 훨씬 많다. 

원래 이 동네는 중세때까지 존재가 없었고 옆에 Saint Jean le Veax(쌩장르노)라는 동네가 있었는데 영국 사자왕 리처드가 1177년에 박살내는 바람에 나중에 Navarre왕이 지금의 쌩장에다가 새로운 마을을 세웠다고 한다. 마을을 돌아보면 성곽을 중심으로 요새화 된 중세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썡장의 랜드마크. 멀리 보이는 다리가 공식적인 프랑스길 순례의 시작점이다. 

프랑스길(French Way)은 날씨가 나쁜 날은 우회도로를 추천하는데 다녀온 사람 말로는 그쪽이 더 힘들다고 한다. 영화 "The Way"를 보면 마틴 쉰의 아들이 사고사를 당한 걸로 나오는데 피레네 산맥을 넘다보면 절벽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절벽에 가까이 가려면 길을 한참 벗어나야 한다. 떨어져 죽을 확율 보다는 차에 치거나 굶어 죽을 걱정 하는게 맞다.


맨밑에 써있는게 '순례자 사무실' 불어 배울 필요까진 없다. 그냥 따라가면 된다. 성문위에 붙어 있는 참혹한 사진이 온 마을 구석구석에 있는데 뭐 알지못하는 아티스트의 작품으로 보이는데... 맘에 안든다.


▼성문을 지나면 언덕길. 오른쪽 아이스크림 가게를 봐두었는데 저녁 6시 땡하자마자 문 닫는 바람에 맛보지 못했다



▼39번지 순례자사무실. 일단 이곳에 도착하면 슬슬 본게임이 시작된다는 흥분이 밀려온다.  그렇다 당신은 더이상 관광객이 안니다.  드디어 문앞에 다다른다. 들어가는 문이자 시작하는 문이다. 두드리지 않아도 열려있을 것이다. 닫혀있다면 휴식시간이다.


산책길에 만난 관광객. 물론 이렇게 예쁜 아기 첨 봤다고 감탄해 주었다.


▼공립 알베르게 뒷마당에 무궁화가 피었다. 우리나라 국화?? 



▼프랑스의 뱅생, 독일의 한스...  내일을 기대하고 내일을 꿈꾸며 잠 이루지 못한다. 

뱅생은 마지막 담배라며 깊게 마신다. 그 마지막 담배연기 빰쁠로나에서도 봤다.


썡장의 밤이 깊어간다. 골목은 비었지만 마음은 무언가 가득 하다.




쌩장에 도착하면 해야 할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