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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Stage#30 Santiago de Compostela - Fisterra

Stage#30 Santiago - Fisterra

Stage#30 Santiago - Fisterra 10.8

로마인들은 이곳이 세상의 끝이라 믿었다. 그래서 부른 이름이 "Finis Terrae"


다시 배낭을 짊어진다.

기분 좋은 느낌.

배낭을 메어야 제 속도로 걸을 수 있는 것 같다.

비가 내렸고. 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야 Fisterra행이 12시가 아니라 1시이며(호텔에서 준 시간표는 토요일용) 좌석지정이 아니라서 일찍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다. Fisterra(피스테라)와 Finisterre(피니스테라)는 같은 지명이다.

두가지 스토리가 있다. 

하나, 야곱성인이 예루살렘에서 순교를 당한 후 제자들이 그 시신을 수습해서 배를 타고 산티아고로 갔는데 그때 도착한 항구가 Fiaterra 또는 Muxia이다. 둘, 옛날 유럽사람들이 지구의 끝(땅끝마을)이라고 여긴 곳이 F 또는 M이다. 서로 끝마을이 되고자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데 심지어 Fisterra는 Finisterra라고 끝을 강조하는 지명으로 개명까지 했다는거다. 당연히  '돈'때문이다. 현재는 두군데가 순례자와 관광객들을 나누어 갖고 있는 셈이다. 영화 "The Way"는 Muxia에서 여정의 끝을 촬영했다. 순례자들은 둘 중 하나만 들르기도 하고 둘 다 가기도 한다. 나는 피스테라만 다녀왔는데 다음번엔 묵시아를 가려 한다. 영화에서 바닷가 교회당의 그림이 좋아보였다.


▼골목에서 아침을 먹다 창밖에 지나가는 Luca를 보았다. 24시간 연속 걸어오는 길이라 그랬다. 피스테라까지 계속 걸어갈거라 한다. 그에게서는 여전히 궐련 냄새가 났고 미소를 잃지 않는다. 



▼버스터미널은 대성당에서 20분쯤 거리에 있다. 오랫동안 걸어다닌 습관때문에 버스 타는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런데서는 돌다리 두드리는 습관이 좋다. '피스떼라?'라고 물어봐야지 잘못 해서 포르토(포르투갈) 같은데 가면 낭패다.


▼오랫만에 차를 타서 그런지 약간 어지럽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멀미때문에 고생하기도 한다.


비가 계속 내렸고 짙은 해무때문에 Fisterra에서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Albergue Sol y Lua에 거처를 정하고 등대를 향해 1시간 걸었다.

안개 속에서 점점이 돌아오는 순례자들이 보였다.

등대에는 안개 속에서도 '마지막'을 축하하는 전통적 의식에 몰두하는 순례자들이 있었다.

남은 거리 0.0km 표석이 삼삼하다.

이오상을 다시 만난다. 질긴 인연.

무언가를 태우고 있었다. 나는 주머니 속의 작은 쪽지 하나를 보탰다.

종일 굶은 탓에 배가고팠다.

돌아오는 길에 Santa Maria 성당에 들러 기도하고 싶었으나 문이 닫혀 있었다.

Caminoguide.net에서 추천하는 Restaurant Meson de Galeo는 닫혀 있었다.

영업정지 맞은 분위기.

안개속에서 위험하게 등대쪽으로 달리던 강아지 두마리를 여기서 만난다.

바닷가를 서성이다 식당에 들어가서 Italia인 두명과 합류한다.

O Podrouzo에서 최악의 Tortilla를 경험했던 Cafe에서 처음 인사나눈 친구들이다.

선한 얼굴의 그들은 처남 매부지간. 새우 세마리를 후딱 해치우고 새로운 Vino Blanco와 메뉴를 시켰다. 

Lorenzo와 Alexandro는 작년에 석달 간격으로 각각 아버지를 잃었다 한다. 

Lorenzo는 변호사인데 자그마한 보트를 가지고 있으니 언제든지 오라 한다.

로마에서 멀지 않은 아드리아해변의 마을에 산다고.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질때 적당히 취해 있었다.

안개에 젖은 선창에서 혼자 달리 할 일이 뭐가 있을까.

마침표를 찍고도 마지막 장을 마치지 못하는 소설가처럼 바다를 오랫동안 서성였다.





▼원래 이곳의 기능은 등대.



▼이오상의 다음 행선지는 멕시코가 될 것 같다. 그녀는 금년 2월 집을 나와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는데 여태 다닌 곳 중에서는 이란이 제일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물어보았다. "부모님들은 괜찮아?" and she said "My father is angruy" 말이라고! 


▼버리거나 태우는 일을 더 이상 허용치 않는다지만 순례자들 역시 그따위 규칙을 허용치 않기는 마찬가지



▲소지품이나 옷을 태우는 행위는 성스런 순례를 통해 다시 태어난 '새로운 영혼'이 버리고자 하는 잘못된, 부끄러운 과거를 정화하는 의식이다. 나는 잠시 신발을 벗어 대서양의 젖은 바람으로 세례하였다. 가진 것이 없어서 태울 것도 없는게 다행이었다. 허전하고 홀가분한 무소유의 해방감은 잃어버린 체중보다 더욱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한다. 





▼Lorenzo는 순례의 전구간에서 처음으로 내게 밥을 산 친구다. 언젠가 그의 배를 타고 아드리아의 푸른 해안에서 낚시하게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