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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Stage#28 Mato - Arzua

Stage#28 Mato - Arzua

Stage#28 Mato - Arzua 10.6 


어제 저녁. Casa Domingo에서의 만찬은 환상이었다.

회사단체로 보이는 Spain Group과 같이 어울려 저녁을 했는데 Galicia의 전통음식에 대해 설명도 듣고 같이 웃고 떠들며 즐겁게 보냈다. Highlight는 남자주인이 직접 마녀의상을 입고 전통주 queimada에 불을 붙이고 하는 마녀추방의식. 소품과 의상도 그럴 듯하고 관객들의 반응도 좋았다. 뜻밖에 횡재한 느낌. 안주인 Ana가 잃어버린 iPad를 찾기 위해 애써준데가다 모든 게스트들이 Coreano를 따뜻이 대해줘서 기분좋은 저녁.


문제는 취침.

모두 여자라서 조용한 밤을 기대했었는데 Sinora#1은 밤새 코골고 Sinora#2는 밤새 코풀어 대는 통에 괴로왔다.

여자가 그렇게 엄청 코를 골수 있다는 사실 처음 알게 되었는데 '코골이=남성전유물'의 편견에 대한 일종의 복수라고 생각할 수 밖에. 


06:51 출발. 

깜깜한 숲속길을 걸어걸어 Melida에 도착. 도중에 작고 예쁜 카페들이 있었는데 늘 새벽에는 속도를 내는 습관때문에 통과.

그래서 도착한 도시에서 바보같이 또 스파게티를 주문했다. 그것도 아침에. 물론 당연히 실패. Melida 시내에 아침 일찍 문여는 가게도 없어서 Chaplin이라는 간판을 보고 들어갔는데(세상에 말이 되냐. 가게 이름과 메뉴의 저 끔찍한 부조화) 세상에서 두번째로 맛없는 스파게티였고 남길 수 밖에 없었다. 제일 맛없는 스파게티는 당연히 Najera의 강변 카페.

Spain에서는 Italian Food, 특히 Pasta는 절대 금물.


▼문제의 식당 Chaplin. Melida의 중앙로 Rua Canton San Roque에 있다.


스파게티때문에 분통을 터뜨리건 바게뜨에 입천장이 뜯겨나가도 이젠 끝이 가까와 온다. 그래 어쩌면 순례의 끝이 아니라 축제의 끝이 될지도 모른다. 아직은 너무 많은 생각 하지 말고 그냥 걷자. 날이 흐려서 마음도 무겁다. 


▼39.5km 표석에서 걸음을 멈춘다. 일일 사정권이다. 


▼시골 마을이거나, 목초지. 숲길. Satiago를 앞두고 혼자 걸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생각을 정리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길에서 집중하지 않으면 길을 잃거나 돌부리에 채인다. 여기 이 다리 입구에서 잠시 멍하니 섰다. 어디로 가지? 다리 있으면 건네면 될 것을 멍하니 다리 바라보는 까닭은 또 뭔가?




▼이 프랑스친구는 Santiago까지의 순례를 마치고 되돌아 프랑스로 걸어간다고 한다. 여기가 목장지대라서 그런지 그가 말을 닮은 것 같다.



▼Arzua의 초입에 사설알베르게들이 늘어서 있다. 체인평 알베르게에 거처를 정하고 동네 슈퍼 Eroski에서 장을 보았다. 어제 Casa Domingo의 스페인 친구들이 권한 이지역 white wine을 찾았다. 숙주나물과 참치를 곁들인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 부엌에서 조용히 한잔. 내일 모레쯤이면 Santiago 입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