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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Stage#24 Pereje - O Cebreiro

Stage#24 Pereje - O Cebreiro

Stage#24 Pereje - O Cebreiro 10.2


오늘은 모든 가이드 자료에서 경고한 '함든 하루'가 될 것이다.

프랑스길에서 가장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야 하고 비가 잦으며 변화무쌍한 갈리시아(Galicia) 지방으로 들어선다.


Pereje를 나오면서 지루한 새벽길.

고속도로 또는 국도를 따라 걸어가는데 가드레일에 바짝 붙어 깜깜한 길을 가는게 시야를 전혀 확보할 수 없어서 좀 걱정스러웠다. 이렇게 어두울 때는 아스팔트가 낫다. 말없이 따로 걷다 잠시 동행의 의미를 생각했다. 그렇다고 새벽부터 할 얘기도 없다. 막막함으로 '힘든 하루'가 시작된다. 


▼처음 만난 문명, 고속도로 휴게소(트럭휴게소이다)가 그래서 반가왔다(Trabadelo)

Cafe con Leche와 츄로스, YS는 이번에야말로 자기가 사야된다고 우긴다.

그녀는 가방에서 케이크을 꺼낸다. 그저께 Dan의 생일파티용이었는데 챙겨두었나보다. 

까미노에서는 모든 일용할 양식이 감사할 뿐이다.


▼Velcarce에 들어서면 아직 본격적인 산행은 아니고 산록마을의 계곡으로 들어 서는 느낌이 든다. 사설 알베르게와 작은 카페들을 만난다. 순례자들은 눈에 띄게 줄었다. 전체 구간을 완주하는 순례자는 3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일부는 힘든 구간을 건너뛰기도 한다. 각자의 사정에 따를 것이다.




드디어 O Cebreiro에 오르는 가파른 산길.

La Faba에서 음료수 한모금. 비오듯 땀을 쏟았다.

미니버스로 짐을 보내며 유람하는 관광객 필그림들과 잠시 환담. 뉴질랜드에서 단체로 온 그들을 안내하는 스페인 가이드가 왜 한국인들이 그토록 많이 몰려오는지 묻는다. 숱하게 들은 질문이다. "Camino de Santiago"가 챌린지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 "새로운 도전(News)"라는 대답을 개발했다.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솔직하게 덧붙였다. 니들은 여기가 니들의 Camino라고 생각하겠지만 성경을 보면 꼭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아마도 한국이들이 카미노에 오는 이유는 니네들이 여기 오는 이유와 거의 다르지 않을거다. 끄덕거린다. 


▼정상에 오르는 길은 힘겹지만 풍광은 아름답다. 땀과 거친 호흡이 점점 리듬을 타면서 별로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북한산이나 지리산처럼 깔딱거리며 걸을 일은 없다. 속도 좀 내려니 힘들 뿐이다. 더구나 잠시만 고개를 돌리면 늘 볼수있는 아름다운 경치가 흘린 땀을 충분히 보상하고 남는다. 오르막이 끝나갈 무렵 Galicia 경계석을 만나 사진을 찍는다.

Castilla y Leon(카스티야 이 레온)자치구에서 Galicia(갈리시아, 루고주)로 들어서는 기점이다. 여기서부터 오세브레이로까지는 1km남짓. 가슴이 뛴다. 철십자상이 최고 높이라 했지만 실제로 이곳이 제일 높은 것 같은 느낌이다. 실제 여기서부터 산티아고까지는 계속 내리막이다. 아, 물론 내리막 별로 반갑지 않다.



▼알베르게에 짐을 풀고 성당을 찾았다.

산타마리아 왕립성당은 9세기부터 연혁이 시작되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성당이자 산티아고 순레길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 중 하나라고 한다. 전세계 각 나라의 언어로 된 성경책이 모여 있다. 잠시 기도.


▼교구사제 Don Elias Valina Sampedro(1929 - 1989)의 흉상 앞에 참배하였다.

까미노 루트를 보존 복구하기 위해 일생을 바쳤는데 '노란화살표'  신부님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성당을 나오면 곧바로 기념품 가게와 식당들이 즐비하다.

미처 정보를 챙기기 못해 YS와 엉뚱한 식당에서 '최후의 만찬' 

하도 자주 만나고 헤어지고 하니까 좀 덤덤한데 이번엔 진짜 다시보기 힘들다는 생각이다. 우선 내 체력이 바닥이 나기 시작했고 YS는 귀국일정때문에 좀더 서둘러야 한다. 정들었던 사람을 보내는 일에 매우 익숙해져 있지만, 까미노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이곳에서 반드시 들러야 하는 식당이 Venta Celta인데(심지어 벽난로도 있다)

안주인 Irene Alkorta는 초저녁부터 자작하며 불그레 취한 상태. 여걸 이레네는 자신에게 꼭 사진 보내라며 이메일 주소를 적어준다. 켈트족의 후예인지 몰라도 거친 여걸.





Antonio와 저녁을 하다 한국 젊은이들 HR, DB, JS를 불러 함께 하였다.

Irene를 부추겨 하몽 만들려 삶고 있는 Spain 족발을 한국식으로 수육처럼 잘라내 안주로 먹었다.

wine을 많이 마셨다. Galicia 특산 Pulpo(문어)가 일미다.

안개속의 O Cebreiro에서 아이들과 분위기 잡았다. 식당에서 나와 안개속 산위에서 음악 듣고 와인 마시고...

Camino de Vino는 그렇게 무르익어 간다. 지쳐간다. 


나중에 Antonio가 전한 바에 의하면 술에 취한 JS가 2층 침대에서 떨어졌고 그바람에 알베르게의 순례자들이 모두 깨어 불켜고 난리 났었다고. JS가 비몽사몽이라 HR, DB에게 친구 좀 돌보라고 깨웠으나 그들도 요지부동. 나는 다른 방에서 편하게 잤다. Antonio는 그런 한국인들의 이판사판 무모지경이 재미있나보다. 


▼O Cebreiro 알베르게는 갈리시아 주정부 호스텔인데 현대식이고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