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Stage#12 Ages - Burgos

Stage#12 Ages - Burgos

Stage#12 Ages - Burgos 9.19


정처(定處)가 있다는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그 방향을 가리키며 쉬임없이 나타나는 손짓(노란 화살표)에 

늘 감사하고 감동할 수 밖에 없다.

삶은 쉴래야 쉴 수가 없는 것이다. 

길도 그렇다. 

길은 멈추어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서 땀 흘리고 기뻐하고 노래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아무래도 Ages는 너무 쓸쓸하였다. 날씨까지 음산하여 쇠락한 마을을 서둘러 떠나고 싶었다.

다음 기착지 Burgos는 대도시이다. 당연히 보상이 뒤따를거다.

Ages를 떠나 곧 언덕을 만난다. 안개 자욱한 산언덕을 넘다가 한국에서 온 두 친구 JK, YS를 만나 동행이 된다.

JK는 6월에 ROTC전역, YS는 일본에서 광고회사 PD로 일하다가 그만두고 왔다.

둘 다 선하고 총명해 보이는 젊은이다. 


▼기억하게 될지 모르지만 이 언덕 내려오기 전 평평한 곳에 기나긴 돌멩이 동심원에 우리도 하나씩 돌을 보탰다.

무사히 산티아고에 이르게 되기를, 다시 이곳을 찾게 되기를 소망하면서.


요리 이야기로 화두를 꺼냈는데 날씨가 음산해서 '부대찌개'로 만장일치 결론. 

길을 걸을때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다른 사람이란 다른 곳, 다른 문화, 다른 나이의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들이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라 하지만 공통된 관심사는 얼마든지 있다.

음식이라는 주제는 그 중에서도 으뜸.

그런데 막상 Burgos에 도착하니 우선 부대찌개 먹기에 날씨가 너무 화창하다. 게다가 최신 시설의 Municipal Albergue 부엌에 불이 없다. 요리는 불가. 그래서 가이드북에서 추천하는 Restaurant Morita를 찾았다. 빙고.

스페인 전통음식들이 저렴한 가격에 제공되는데 건물이 오래 되어 지우뚱 기울어져 있다. 

일찍 간 덕분에 쉽게 자리를 잡았는데 잠시후 기다리는 줄이 엄청 길어진다.

Sangria를 처음 마셔본다. Sangria에 매력에 빠지다. 싸고 맛있는 Morita에서 점심, 저녁 전부 해결.

▼Spain어 배우러 유학 왔다는 이동갑씨와 함께 Burgos대학까지 동행. 그도 산티아고를 걸었던 순례자. 까미노를 걷고 서울에 돌아가니 자신이 시속 6.5km로 성큼성큼 걷는 통에 일행들과 보조를 맞추기 힘들었다고 한다. 과장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 서울 돌아와서 테스트 해보니 그의 말이 맞았다. YS의 대학 Credencial stamp 받고 cafeteria에서 휴식


▼Burgos대성당의 위용을 충분히 감상. 결론은 비숖들의 무덤.



▼예수님의 제자 야곱은 스페인의 전설 속에서 무어인을 무찌르는 용감한 전사로 부활한다. 


▼대성당 앞 광장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청동으로 만든 순례자상은 포토포인트



▼이곳의 지자체 알베르게는 최근에 리모델링을 해서 깨끗하다. 제딜 맘에 드는 건 개개인의 침대에 작은 독서등이 달려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순례자들 사이에 인기가 많은데 문제는 넓은 공간에 비해 침대를 조금 밖에 넣지 않아서 일찍 마감이 된다는 것. 문을 열자마자 줄이 기다랗게 이어진다. 다행히 우리 일행은 들어갈 수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사설 알베르게를 찾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나이가 많거나 체력이 약해서 걸음이 느린 사람에게는 이런 불이익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곳 알베르게는 10시 통금원칙이 엄격하다. 어떤 녀석이 새벽 2:30 술먹고 늦게 와서는 문 걷어차고 노래 부르고 아우성 하는 덕에 잠 설쳤다. 거기다가 건너편 침대 아저씨 코고는 소리와 그의 이어폰에서 새어 나오는 Rock 음악까지 아주 막강한 dolby sound로 모처럼 어수선한 잠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