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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Stage#11 Belorado - Ages

Stage#11 Belorado - Ages

Stage#18 Belorado - Ages 9.18


Ages라는 지명을 여기오기 직전까지 아그네스로 잘못 읽은 까닭은?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것, 보고싶은 것만 본다. 신의 아그네스를 구태어 까미노에서 찾을 필요가 뭐 있다고.

Ages는 '아게스'가 아니라 '아헤스'로 읽는다.

종일 흐린 날이다. 막막한 숲길을 걷는데 좀 우울하고 적적하지만 길을 가다보면 뜻하지 않은 일, 뜻밖의 사람들을 만난다.

Canaria 제도에서 온 Andrea는 자전거로 달리다가 급정거 사진을 부탁해서 찍어준다.

스페인령 카나리아는 아름다운 섬이라고 담에 기회되면 꼭 들르라고 당부한다.


▼Walking Laundry라고 명명했다. 빨래가 마르지 않은 경우 저렇게 배낭에 매달고 걷는다. 그래서 옷핀이 필요하다. 해가 있으면 일찍 마르는데 오늘은 흐린 날이라 한참을 매달아야 할 것 같다,


▼Tony는 작년에 자동차 사고로 부모님을 다 잃고 혼자 되었다 한다.

동전 몇닢을 달라기에 주었는데 Camino를 마치고 다시 Barcelona로 돌아가는 길이라 한다.

돌아서는 그의 눈에 눈물이 보였다. 잠깐 생각하다 그를 불러 세워 지감에 있는 돈을 털어준다.

오늘 나의 역할은 작은 천사인가보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이친구가 여러사람한테 같은 방식으로 돈을 구했다고 한다. 

어찌되었건 나는 내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한테 도움 준 걸로 만족한다. 까미노 아닌가. 


▼쌍동이처럼, 연인처럼 나란히 기둥을 세워 두고 함께 얽히고 설킨채 자란 나무.


▼Ages 마을 입구에 있는 표지판. Santiago까지 518km라고 적혀 있지만 다음 행선지 Burgos에 가면 오히려 547km로 늘어난다. 거리 표식에 어떤 공식적 기준이 없다. 구글맵에서는 또 다르게 나온다. Santiago에 가까이 가면 공식적인 표석이 등장하지만 그조차 몇개는 짝퉁도 있다. Fisterra의 표석은 0.0km라고 되어 있는데 그럼 Santiago는? 길을 가면서 남은 거리 표식을 자주 보게 되는데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이다. 


▼영락없이 쇠락한 마을이다. 대학때 르뽀 쓰려고 경북 의성을 찾았을 때 버려진 마을 같은 인상을 받았었다. 까미노 주위에는 순례때문에 생겨나고 순례자들이 주요 고객인 마을이 더러 있다. 최근 유럽경제위기의 한복판에 스페인이 있는 만큼 여러가지 사회경제적 상황이 좋을리가 없다. 게다가 까미노가 지나가는 이곳 북부 스페인은 스페인에서도 비교적 낙후된 지역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옛모습, 순례의 전통, 로마와 중세의 유적들이 잘 보존되어 있는 셈이다. Ages도 버려진 듯 스산한 작은 마을이다. 순례자 말고는 주민의 모습도 찾기 힘들다. 

무니시팔 알베르게에 도착해서 침대를 배정 받을때 호스피탈레로와 잠시 실랑이가 있었다. 내가 분명히 1층을 원했고 남은 침대가 있음에도 구석쟁이 2층을 주길래 내려가 따졌다. 변명이 궁색한 주막주인이 주절주절 스페인어로 중얼거리자 스페인 순례자 한명이 나서서 중재를 해주었다. 그가 산티아고에 도착해서 마지막 저녁을 같이 했던 Antonio이다. 집주인 Pedro와도 맥주한잔 하면서 금방 풀었다. 장사꾼이면 어떠냐. 까미노에선 모두 친구다.

짐 풀어놓고 샤워하고 나와 본 거리풍경.


▼Jaime는 오늘도 혼자 날아와서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버지한테 카드를 받아오지 않아서 밥도 못먹었다고 투덜댄다.


▼네덜란드인 Ton은 병들고 쇠약했을 때의 Steve Jobs를 연상시키는 마른 얼굴이지만 늘 미소를 잊지 않는다.

그는 분명 체력이 약해 보이지만 꾸준히 걷고, 일찍 쉬는 스타일이다.


▼심술스러워 보이는 미국인 Peter Hoffman은 Texas 출신이다. New Balance를 신고 있다.

며칠전 길에서 Mikkel과 동행할 때 아이폰의 음악을 크게 틀었었는데 신경질적으로 돌아보던 양반이다.

마주 앉아 얘기하고 사진을 찍어 주었다. 해서 이메일 주소를 받고 이러면 모두가 친구가 된다. 

나란히 앉은 러시아계 미국인도 함께 사진을 찍었다.


▼마을 입구에 나가 Dan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늦어서 무니시팔에선 침대를 못구해 다른 알베르게로 갔는데 같이 맥주 한잔. 지쳐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