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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5 Puente la Reina - Estella Stage#5 Puente la Reina - Estella22km 새벽을 사랑한다.차분하고 고요한 열망의 신새벽, 그 순수함을 맛본다.그래 지난 과거는 잊자. 혼탁했던 시절의 먼지 털어내고 아침의 차가운 공기로 머리도 가슴도 새롭게 하는거다.미련없이 작별하고 새롭게 만나는거다. 맨처음인것처럼 그렇게 수줍게 조심스럽게 맞이하는거다 새날을.▲마을을 빠져 나오며 다리 건너기 직전에 몸을 돌려 마을을 본다. 개를 데리고 아침 산책하는 주민과 막 길을 나선 순례자.▼차도를 따라 오르막을 걸어야 한다. 내리막에 진저리쳤다고 오르막을 사랑한다 한적 없다. 하지만 뭔가 걸음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아하 오늘이 닷새째. 종아리와 대퇴부의 각종 근육들이 서서히 단단해지기 시작했나보다. 특히 심장의 여러갈래 혈관들이 모처럼..
Stage#4 Pamplona - Puente la Reina Stage#4 Pamplona - Puente la Reina24km 이른 아침 혼자 길을 나섰다. 어차피 보폭이 다르기 때문에 부러 일행을 만들어 계속 같이 걷는 일은 좋은 생각이 아닐 것 같았다. 그리고 아직 순례 초반이라 혼자 수행하는게 낫다 싶었다. 도시를 빠져 나오면 홀가분해지면서도 좀 섭섭하다. 아무도 나 붙잡는 사람 없다는 사실 때문인가. 먼 훗날 정말 먼 길 떠날 때, 그때도 아무도 나 붙잡는 사람 없으면 정말 쓸쓸한 일일 것이다. ▼역사정신을 강조한 역사철학에 매료되어 청강을 다닌 적이 있다. 대학시절 신일철교수의 강의를 좋아했었다. 실은 역사철학의 내용은 잘 모르면서 스타일과 스토리를 좋아했었나보다. 세상을 이해하는, 인생을 해석하는 방법과 '이야기'에 관심있던 시절이었다. 역사에 영혼..
Stage#3 Zubiri - Pamplona Stage#3 Zubiri - Pamplona20.4km 초반페이스를 잘 조절하는게 중요하다는건 여러 가이드에서도 강조되어 있다. 첫 일주일을 잘 넘기면 체력도 보강이 되고 걷는 요령도 생겨서 점점 쉬워지고 즐거움이 더해 간다는 얘기다. 그 얘기 굳게 믿기로하고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어젯밤 다니엘이 버스 타고 가야하는 이유를 충분히 설득시켰다. "만약에 지금 허리가 고장이 나면 까미노는 그걸로 끝이다. 까미노는 시험이 아니라 힐링인데 당신 자신을 학대하는건 옳지 않다" 그는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어떻게 될지는 모를 일이다. 그렉과 데이지에게 그를 당부하고 먼저 길을 나섰다. Zubiri를 떠나고 두시간이 채 못되어 Larrasoana에 이른다. 꽤 많은 가이드에서 Stage#2의 기착지로 추천한 곳이..
Stage#2 Roncesvalles - Zubiri Stage#2 Roncesvalles - Zubiri22km 신기하게도 눈이 떠졌다. 자명종도 없이. 새벽 어둠속에서 사람들은 부산하게 출발준비를 한다. 아직 잠든 사람들을 위해 조용히 짐을 들고 밖으로 나가 배낭을 꾸리는게 알베르게 예의다. Morgan 가족들과 함께 출발하면서 Zubiri에 도착했을 때 묵을 알베르게를 정했다. 삭신이 쑤시지만 의외로 몸과 마음은 가볍다. ▲지나가는 순례자에게 사진을 부탁했는데... 수도원 출구를 막 빠져나가는 시각 아침 7시. ▲새벽안개가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늦여름, 새벽이 적당히 선선한 탓에 순례자들은 일찍 출발해서 일찍 도착하는 일정을 선호하게 되는데 대개 5~6시간 걷는다면 휴식시간 1~2 시간 포함하면 아침 7시 출발, 오후 2~3시 도착의 스케쥴이 나온..
Stage#1 Saint Jean - Roncesvalles Stage#1 Saint Jean Pied de Port - Roncesvalles 27km 출발 아직 해가 뜨려면 멀었지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주섬주섬 짐을 챙긴다. 다들 잠을 설친게 분명하다. 어젯밤에 한방을 배정받아 룸메가 된 일행은 독일인 한스남매(사촌간), 스웨덴인, 두번째 까미노에 나선 프랑스인 뱅상, 일본인 다나까, 나까지 모두 여섯이다. 식당에선 알베르게에서 무료로 주는 아침식사가 준비되어 있다. 빵과 커피. 순례자의 아침스럽게 단출하다. 무조건 먹어두어야 한다. 어제 순례자사무실에서 만났던 포루투갈인 호스피탈레로(자원봉사자) 나테르시아(Natercia)가 새벽부터 나와서 순례자들을 도와준다. "까미노를 걸으며 넌 많이 웃고 행복하게 될거야" 어제만 16명의 한국인들이 피레네를 넘었다고..
D-1 Paris - Saint Jean Pied de Port Leaving Paris 새벽 4:45 Paris 민박집을 나선다. 새벽의 Drancy역엔 대부분 흑인들이다. RER B 기차로 Denfert Ronchereau역까지 가서 메트로 6로 갈앝고 세정거장이면 Monparnasse다. 십년전 에펠탑에 올라 봤을 때 느낌도 그랬는데 파리는 참 작다. Old City의 특징일 것이다. ▼기차 타러 가는 길. 마을을 빠져 나가는데 길고양이 한마리가 배웅해 준다. ▼아직 카페나 편의점 문이 열리지 않은 시각. 역사 한쪽에 휴게실이 있어서 화장실 쓰고 쉴 수 있다. ▼이건 자동개찰기. 빼 먹고 승차하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한다. ▼TGV로 남쪽을 향하는 차창밖으로 새벽노을이 아름답다. 창에 비친 내얼굴을 보니 계속 웃고 있다. 참 행복한 일이다. 혼자 여행하며 이런..
D-2 Paris 비행 경험에 의하면 비행이 5시간 넘으면 힘들다. 서울을 기준으로 동남아까지는 견딜만 한데 서쪽으로 중동, 유럽, 아프리카 동쪽으로는 미국 중남미가 다 아홉시간 이상이라 지루하고 괴롭다. 제일 좋은건 푹 자는건데 이게 잘 안된다. 비행공포증 때문이기도 하고 하여간 비행기에서 못자는게 늘 고민이다. 이거 극복하는 방법 몇가지 실험해 봤는데... 영화/ 아무리 영화 좋아해도 작은 화면에 어색한 성우더빙으로 연속 두편 이상 관람하기 힘들다. 멜라토닌/ 수면제와 수면유도제의 차이를 알지 못하지만 이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두번 복용해 봤는데 한번에 대여섯 시간 잘 수는 없었다. 술/ 제일 싸게 치는 방법이긴(공짜) 한데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기압이 낮고 건조한 탓에 한 30분 곯아 떨..
D-3 Los Angeles - Paris 로스엔젤레스에서 출발한다.파리를 경유해서 가기로 정했다. 마드리드 in 하는 경우도 생각해 보았으나 프랑스로부터 피레네를 넘으며 처음 스페인을 밟는게 순서인 것 같고, 파리 직항편이 좀더 많다.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파리까지 8,930km, LA에서 파리까지는 9,090km 비슷하다.(공항간 거리 계산하는 홈피 ▷▷) 직항을 고르다보니 Air France.공항의 이별에 상당히 익숙해 있는 터이다. 우리는 늘 주차장에서 헤어진다. 뒷모습 안보이는게 남자의 도리라는 올드패션을 고집한다. 모처럼 작별기념 커트를 남겼다. 뒷트렁크를 열고 12초 자동셔터를 사용했다. 뷰파인더 확인이 곤란해 감으로 앵글 잡는다. 아내는 일주일후에 돌아오라고 신신당부한다. 길어도 열흘 넘기지 못할거라고.글쎄... Airbus 3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