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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13 Burgos - Hontanas Stage#13 Burgos - Hontanas 9.20 혹독한 하루. 고등학교 지리시간에 나왔던(물론 전후맥락 거두절미하고 단어만 기억된다) 메세타 고원지대 31km를 가로질른다. 머리위엔 지글거리는 태양이 발바닥 아래에는 딱딱하게 말라붙은 대지가 허기진 순례자를 샌드위치 하고 하루종일 지져대는 하루. 멀건 가깝건 어느 하루 편하고 쉬운 길은 없다. ▼새벽에 알베르게를 나와 산타마리아 성당을 가로지르는 길에 외로운 순례자상과 잠시 마주했다. ▼YS JK가 동행이 되어 서로 의지하고 걷는다. 저멀리 여수부부가 지나간다. ▼도시를 빠져나가며 일출을 맞이한다. 기찻길이나 고속도로를 만나면 가족들 생각이 나서 걸음을 더 빨리하게 된다. ▼때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지만 침묵모드로 진행하기도 한다. 고원지대에서..
Stage#12 Ages - Burgos Stage#12 Ages - Burgos 9.19 정처(定處)가 있다는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그 방향을 가리키며 쉬임없이 나타나는 손짓(노란 화살표)에 늘 감사하고 감동할 수 밖에 없다.삶은 쉴래야 쉴 수가 없는 것이다. 길도 그렇다. 길은 멈추어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서 땀 흘리고 기뻐하고 노래하며살아가는 것이다. 아무래도 Ages는 너무 쓸쓸하였다. 날씨까지 음산하여 쇠락한 마을을 서둘러 떠나고 싶었다.다음 기착지 Burgos는 대도시이다. 당연히 보상이 뒤따를거다.Ages를 떠나 곧 언덕을 만난다. 안개 자욱한 산언덕을 넘다가 한국에서 온 두 친구 JK, YS를 만나 동행이 된다.JK는 6월에 ROTC전역, YS는 일본에서 광고회사 PD로 일하다가 그만두고 왔다.둘 다 선하고 총명해 보이는 ..
Stage#11 Belorado - Ages Stage#18 Belorado - Ages 9.18 Ages라는 지명을 여기오기 직전까지 아그네스로 잘못 읽은 까닭은?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것, 보고싶은 것만 본다. 신의 아그네스를 구태어 까미노에서 찾을 필요가 뭐 있다고.Ages는 '아게스'가 아니라 '아헤스'로 읽는다.종일 흐린 날이다. 막막한 숲길을 걷는데 좀 우울하고 적적하지만 길을 가다보면 뜻하지 않은 일, 뜻밖의 사람들을 만난다.Canaria 제도에서 온 Andrea는 자전거로 달리다가 급정거 사진을 부탁해서 찍어준다.스페인령 카나리아는 아름다운 섬이라고 담에 기회되면 꼭 들르라고 당부한다. ▼Walking Laundry라고 명명했다. 빨래가 마르지 않은 경우 저렇게 배낭에 매달고 걷는다. 그래서 옷핀이 필요하다. 해가 있으면 일찍 마르는데..
Stage#10 Sto. Domingo - Belorado Stage#10 Sto Domingo - Belorado 9.17 ▼또 다른 새벽길을 나선다.아직 해가 뜨기전 산토 도밍고의 마요르 골목은 서둘러 길을 나서는 순례자들로 이미 러시아워다. 오늘도 짧은 일정이라 하지만 발목 무릎이 욱신거리는 걸 보면 어느 정도 각오해야 한다. 프랑스에서 온 Vincent의 말대로 이 길은 강력한 치유의 힘이 있다하니 몸을 맡기고 걷는 수밖에 없다. ▼새벽의 어둠이 아주 천천히 걷히고 구름 낀 하늘을 본다. 오늘은 햇빛에 좀 덜 시달리겠다.아직 어스름 어둠 속에서 새로운 순례자와 인사를 나눈다.British Columbia 에서 온 Kate는 지금은 Mexico에 살고 있다고 한다. 그녀가 Palms Springs에 살 때 Bettford Center에서 무얼 했었는지 물어..
Stage#9 Najera - Santo Domingo Stage#9 Najera - Santo Domingo 9.16 ▼어젯밤 늦게까지 폭죽놀이 하는 통에 잠을 설쳤다. 아니다 그럴리가 없다. 까미노에서 깊게 잠들지 못한적이 있었던가. 온종일 걷고 나면 무조건 숙면이다. 사방에서 코를 골아도 아랑곳 않고 모두들 깊게 잠든다. 두고 온 저쪽 세상에 대한 미련,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그리움, 맛난 것 재밌는 놀이 실컷 맘대로 할 수 있는 까미노 너머 세상에서 폭죽의 화연에 실려온 욕망의 냄새가 잠시, 아주 잠시 잠들기 전 순례자의 마음을 흔들었던 것일게다. 나헤라 강변에 우뚝선 암벽에 반사되는 폭죽의 화려한 불빛보다 우리 청춘의 화염은 더 뜨겁고 짧았으니. 아쉬울 것도 후회할 것도 없이 밤은 짧고 잠은 깊으면 된다. 새벽에 일찍 출발.길을 잘못들어 동네 가운데..
Stage#8 Logrono - Najera Stage#8 Logrono - Najera9.15 29.6km 새벽길을 나선다. MJ와 여수부부가 배낭 보내려 우리 Albergue로 왔다. 그쪽 알베르게에서는 하꼬트랜스 서비스가 오지 않는다 한다. 어제 Daisy에게 Dan의 생일선물을 맡겼다. 아무래도 댄이 페이스를 따라잡기 힘들 것 같고 난 이제부터 좀 달릴 작정이었다. 언젠가 만나게 되겠지만 기약은 없다. ▼마을 어귀에서 Vincent를 만났다. 수도원 알베르게에서 막 떠나려 준비하고 있던 그와 반갑게 아침 인사를 나눈다.머리 말끔히 단장하고 수염도 밀었는데 어제 미장원에 다녀왔다고 한다. Hair Stylist의 주말? 그의 손에 담배가 들려있다. Saint Jean에서 출발 전날밤 길게 한모금 하며 이게 마지막 담배라 했는데. 나는 수염을 ..
Stage#7 Los Arcos - Logrono Stage#7 Los Arcos - Logrono9.14 28.1km 까미노를 걸은지 일주일째.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Los Arcos를 빠져 나오며 오늘은 어제 못한 숙제를 해야한다고 각오. 하지만 하꼬트랜스(Jakotrans, 배낭 등의 짐만 보내주는 택시 서비스)를 이용 배낭을 먼저 보낸 탓에 발바닥이 지면에서 5센티는 떠가는거 같다. 이거 버릇되면 곤란한데 무릎때문에 오늘은 작전상 후퇴다. 크로스가방에 필수품만 넣고 지팡이 짚고 걷는다. 또 다른 새벽 ▲그녀의 이메일주소를 챙겨두지 못한게 아쉽다. 도자기 관계일을 하는 독일여자인데 한국도 방문했다한다. 찍힌 사진을 LCD로 보고 꼭 보내달라 했는데... ▼오르막에서 여전히 힘겹게 비틀거리는 MJ를 만난다. 손에 든 묵주가 눈에 띈다. 그녀의 등을 ..
Stage#6 Estella - Los Arcos Stage#6 Estella - Los Arcos9.13 21.2km Eroski Consumer(스페인의 대형 유통회사. 스페인 전역에 1,000개 이상의 점포를 가지고 있는데 온라인 홈피에다가 까미노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코스별 안내가 매우 유용하다. 물론 스페인어로 되어있어서 Google번역기를 돌리는게"스페인 → 한국어"로 설정해도 되지만 더 알아보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에 "스페인 → 영어"로 하는게 좋다)의 루트 가이드에 따르면 이날은 29km를 걸어서 Torres del Rio까지 가라고 되어있었다. 이 가이드느 ㄴ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이다. 가이드북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800km를 30일 전후로 나누어 각 Stage를 제안한다. 서양사람들은 대개 두가지 유명한 가이드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