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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20 Leon -Orbigo Stage#20 Leon - Orbigo 9.28 새벽 5:30에 길을 나선다.숙취로 고전하는 건 나뿐이 아니었다. Leon의 새벽거리는 밤의 열기가 아직 가라 앉지 않은 채 여기저기서 취한 영혼들이 배회하고 있었다. 도시를 빙빙 돌아 가까스로 탈출하듯 빠져 나와야 했다. 하루 쉬었으니 좀 더 걷기로 한다. ▼Leon을 빠져 나와 길가의 Bar에서 Cafe con Leche grande를 마시며 facetime을 했다.둘째가 몰라보게 예뻐졌다. 매일 달리고 엄청나게 굶으며 다이어트 중이라 한다. 멕시코 여름캠프를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씨에스타때문에 고생하고 제대로 먹지 못해 살이 빠진 김에 관리에 들어갔다하니 아들과 아버지가 같이 씨에스타의 수혜를 받고 있는 셈이다. 아내는 우리집에서 살찐 사람은 이제 자..
Leon Leon 9.27 Albergue Ademar에서 (쫓겨)나와 베네딕트수도원의 알베르게로 옮겼다.숙취. ▼Burger King 매장에 앉아 있다.햄버거와 콜라, 프렌치프라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리석은 생각이다. 창밖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겉옷이 두터워졌다. 한국 청년 두명이 들어온다. 잠시 후면 YS가 핸드폰을 찾으러 올 것이다. ▼Ademar를 다시 찾긴 싫었지만 그대로 넘어갈 수 없어서 일단 부딫져 보기로 했다. 못된 관리인과 신경전 벌이다가 경찰에 '도난신고' 하겠다고 협박하니 잠시 기다려 보랜다. 이리저리 전화하더니 핸드폰이 무슨 색깔이냐 물어온다. 근데 묻는 폼이 웃겼다. 무슨 스무고개 하듯이 애교까지 떨어댄다. 핸드폰, 쟈켓을 찾았다고 연락하자 YS, JK가 한달음에 택시 타고..
Stage#19 Mansilla - Leon Stage#19 Mansilla - Leon 9.26 Leon은 Camino에서 두번쨰로 큰 도시이다.로마의 군단(Legion)이 있던 곳이고 이후 무어인 기독교인들의 쟁탈전으로 주인이 바뀌었던 도시이니 당연히 다른 문화의 다양한 볼거리가 있을 터였다. 그래서 이곳이야 말로 중간결산하고 하루 더 머무르기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다.가이드에 따르면 지자체 알베르게가 공사중이라 하여 사설 Ademar를 숙소로 정했다. 2012년 새로 오픈했다는 정보가 솔깃하였는데 이곳은 Spain에서 상당히 알려진 프로페셔널 핸드볼팀이 속한 회사에서 운영하는 장소, 대학의 게스트룸으로도 사용되는 대규모 종합 레즈던스이다. 세탁기 공짜이고 통금도 없이 비밀번호 눌러서 자유롭게 드나드는 조건이라 이곳을 택했는데 여기서 '사건'이 ..
Stage#18 El Burgo Ranero - Mansilla de las Mulas Stage#18 El Burgo Ranero - Mansilla de las Mulas 9.25 아침에 미국서 가져온 Cinnamom Tea를 마셨다. 추운날 아침의 공복이라 맛있었다. 곤궁해야 느낀다. 무소유는 도인의 몫이겠지만 적당한 궁핍은 시들은 감각을 다시 깨워준다. ▼엄청난 바람이 불었다. 걷기가 힘들 정도. YS는 목도리가 모두 날아가 버렸다 한다. ▼방풍림이 있는 곳에서 한숨 돌리고 다시 강행. ▼Masilla Albergue의 벽면을 장식한 꽃들 Mansilla에 도착했을 때는 지쳐있었다.어떤 구간에도 쉬운 Camino는 없다.Leon의 Albergue를 Antonio가 예약해 주었다. 평이 좋은 사설 알베르게를 골라 좀 푹 쉬다 가기로 작정.비가 내렸다.YS, JK와 슈퍼에서 이것저것 사..
Stage#17 Terradillos - El Burgo Ranero Stage#17 Terradillos - El Burgo Ranero 30.6km 9.24 새벽에 facetime을 할 수 있었다. 지환이의 Piano를 잠시 듣는다.밤새 폭우와 강풍에다가 Canadian Dexter의 줄기찬 코골이 덕에 잠을 설쳤다.예슬, 준기와 함께 걸으며 예배를 보았다(마태복음 7장) 그들이 새벽별 사진을 좋아하길래 실루엣 한커트씩. ▼Shagun은 제법 큰 도시인데 다른 루트와 합쳐지는 곳이라 못보던 얼굴들이 갑자기 늘어나기도 한다. 문을 연 마켓이 있어서 사과와 빵을 사서 푸짐한 아침식사를 했다. 어제 인사한 아일랜드 모녀와 같이 조찬. ▼30km는 하루권장량 24km와 꽤 차이가 난다. 후반이 되면 기력이 많이 떨어지고 발바닥에서 불이나다. 오늘은 종일 도로를 따라 걸어서 더..
Stage#16 Carrion - Terradillos Stage#16 Carrion - Terradillos 9.23 Boadilla에서는 저녁에 이어 새벽 출발전에도 아내와 facetime을 할 수 있었다.냉면사발 반만한 컵으로 커피를 마시고(Cafe con Leche) 어둠을 나선다.마을을 빠져 나갈때 늘 머뭇거리게 된다. 앞사람들의 행적을 쫓을 때야 무슨 표식도 지도도 gps도 무용하지만, 새벽의 어둠속에서 홀로 되었을 때에는 '노란 화살표'가 전부이다.목동팀한테 들은 얘기로는 오늘 첫코스 17km 가는 동안 마을도 가게도 물도 없다고 한다.가혹한 여정은 아름다운 새벽노을로 시작된다. 새벽에 노을이 지면 날씨가 나쁘다던데... ▼척박한 가로수길은 커브하나없이 올곧게 잘난척 죽죽 뻗어서 지겨움을 더한데다 카페도 없어서 예상대로 굶어야 했는데 저분들이 또..
Stage#15 Boadilla - Carrion Stage#15 Boadilla - Carrion 9.22 수로를(Canal de Castilla) 따라 있는 제방의 포플러 가로수 사이로 새벽별의 Camino de Compostela를 걷는다.아이폰의 Gospel을 들으며 기도한다. 가족들을 생각한다. 이래서 혼자가 좋다. 이내 미명을 맞이한다. 수로제방을 가로 지르는 작은댐을 넘어가면 Fromista에 이른다.병원, 우체국이 있는 마을. 거리의 환한 가로등 곁에 Bar가 있다. 목동부부와 조우. 샘에서 물한모금 하고 떠나려는데 예슬, 준기가 도착. ▼까미노에서의 샘은 장식품이 아니다. 건조한 날씨탓에 쉽게 갈증이 오고, 배는 고파도 견딘다지만 탈수는 위험할 수도 있기때문에 늘 물을 보충해 두어야 한다. 매번 생수 사먹는 사치는 순례자답지 못하다. 메..
Stage#14 Hontanas - Boadilla Stage#14 Hontanas - Boadilla 9.21 새벽길을 혼자 나섰다.Hontanas에서의 유폐로부터 일찌감치 달아나고 싶었나보다. 산길을 오르고 내려야 했는데 가끔 어둠속에서 알 수 없는 짐승소리, 벌레소리 등등이 으시시했다.한참 동안 사람이 보이지 않았는데 멀리 헤드렌튼이 보이자 어찌나 반갑던지.산을 넘는데 한시간이 넘어 걸린 것 같았다. 어둠 속이라 지형이 파악되지 않으니 좁 답답하다.혹시 잘못된 길로 들어선건 아닌지 걱정이 되지만 어둠속 산길이라 표지를 찾기도 쉽지가 않다.산을 내려와 도로를 만나는데 어둠속에서 노란 화살표를 보고 입이라도 맞춰주고 싶었다.어둠속에서 여자 순례자 한명이 거꾸로 걸어오고 있었다. 오는 길에 지팡이를 잃어버렸다고 길을 더듬어간다.오후에 그 사람을 다시 보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