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ips

썡장에 도착하면 해야할일

쌩장에 도착하면 해야 할 일.


1. 순례자 사무실 방문


역에서 곧장 순례자사무실부터 간다. 가서 순례자여권(크레덴시알)을 받고 숙소(이제부터는 알베르게라고 부른다)를 배정받는다. 늦게 도착하면 침대가 없다. 이럴 경우 다른 사설 알베르게를 안내해 준다. 좀 더 비싸고 깨끗하고 와이파이 될 가능성 있다. 사무실에서 나올 때 조가비를 집어나오는 것 잊지말고. 


순례자여권에 첫번째 스탬프가 찍힌다. 조가비는 사무실 한쪽 구석에 있는데 알아서 골라 가지고 도네이션(도네이션은 알아서 내라는 말이 아니다. 공짜라는 뜻은 더욱 아니다. 니가 가격 정하라는 거다. 능력껏 최대한)  여기서 못집어가면 나중에 가게에서 돈주고 사게 되는 수도 있다.


2. 동네 한바퀴


침대 받으면 대강 짐 풀어놓고 씻고 동네 한바퀴 돌면서 쇼핑. 

나는 지팡이와 베드버그 스프레이, 사과 한알 샀다. 베드버그 스프레이는 파리민박집 안주인이 추천해 준 놈인데 흰색과 푸른색 세트를 샀다. 약국은 사무실에서 내려오는 길 오른쪽으로 빠지는 성문 나와서 건널목 건너면 있다. 아이폰에 캡쳐해 두었다가 약사한테 보여주면 된다. 하나는 몸에 뿌리는 거고 하나는 침대에 뿌리는 거다. 운이 좋아서 돌아올때까지 두껑 한번 안딴 채로 두었다가 산티아고에 도착한 후 남주고 왔다. 샌드위치 사려고 기웃거렸는데 미국식 샌드위치 비슷한 놈만 찾다가 프랑스나 스페인의 바게뜨 샌드위치를 못 알아봐서 준비를 못했다. 결정적 패착! 다음날 피레네 올라갈 때 먹을 점심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피레네 오르는 길에 딱 하나 있는 알베르게 Orisson의 샌드위치는 맛없고 비싸며 줄까지 서야한다. 근데 초입의 그곳 말고는 피레네 넘어갈 때까지 목장에서 노니는 소 돼지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굶으면 죽는다.


▼부지런히 짐 풀고 내려가도 벌써 동네가 한산해지기 시작한다. 관광지라 몇몇 식당이나 상점은 문을 열어두기도 하지만 혹시 일요일이라도 된다면 서둘러야 한다. 정말 조금 일하고 무지 쉬는 국민들이다. 미국애들은 프랑스는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고 월급 받는 나라라고 조롱하기도 한다. 골목 언덕위에서 본 풍경. 오른쪽 문이 순례자사무실


3. 마지막 준비물


혹시 아직도 준비하지 못했다면 반드시 작은 노트 한권과 볼펜은 챙겨라. 나는 아이패드에다 일기 쓰려다 닷새를 허송했다. IT를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나쁠 것은 없지만 한계가 있다.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순례의 여정에서 모든 것들은 단순해지고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지나간다. 실리콘 두뇌의 속도는 분명히 생각을 따라오지 못한다. 도구는 도구이고 생각은 영혼이다. 손은 영혼의 바람을 따라 펄럭이는 깃발같은 것, 나는 머리와 신경으로 연결된 손이 직접 제어하는 펜이 필요하였다. 펜과 종이는 수천년 우리의 조상들이 DNA에 심어 둔 제2의 본능에 속하는 견고한 도구, 진정한 연장이었다. 그외 후래쉬 뱃터리도 빠트리기 쉬운 물건. 쌩장은 생필품이 다소 비싸다. 그렇다고 멀리 까르푸까지 다녀올 생각은 않는게 좋다. 앞으로 한달을 걸어야 하고 다음날 최소한 8시간짜리 산행을 해야 한다. 미리 힘뺄일 없다. 모든 필수장비들은 미리 준비되어 있으면 좋고 아니면 썡장 내에서 다 구입할 수 있다. 


4. 최후의 만찬


아마도 방배정에서 같이 속해진 룸메와 이런저런 인사를 나누며 마을을 산책하다 봐둔 카페가 있을 것이다. 생각보다 일찍 문닫는다. 쟝자끄 문을 지나 사무실 언덕쪽으로 올라가는 아이스크림 집은 6시땡 하자마자 영업을 끝내는 바람에 디저트를 먹을 수 없었다. 이날은 아직 제대로 순례자가 아니니까 관광객들과 섞여서 와인 한잔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잠이 오지 않을수도 있다. 걱정 말고 뒤척여라. 어차피 내일은 죽었다 생각하고 산을 올라야 한다. 푹 잔다고 낫고 밤 샜다고 더 힘들 것도 아니다. 다들 긴장하고 기대하면서 서성이는 알베르게의 문밖에서 서로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자. 두번째 세번째 도전하는 선배 순례자의 말에도 귀 기울이겠지만, 참고사항일 뿐이다. 내게는 나의 순례, 나의 까미노가 펼쳐질 것이다.

첫날부터 코고는 파트너를 만났으면 "아 미리 적응하게 되었구나. 다행이다" 생각하라.


'Tip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티아고의 유래  (0) 2013.05.25
발이 보배다  (0) 2013.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