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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Stage#31 Fisterra - Santiago

Stage#31 Fisterra - Santiago

Stage#31 Fisterra - Santiago 10.9


India풍의 알베르게 Sol y Lua. '해와 달'이라는 타이틀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벽화며 장식을 보면 가식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저녁때 흰두음식을 먹는 등 exotic하고 히피분위기를 내려고 애쓴다. 인터넷 가이드에 good reports를 보고 찾아왔지만 좀 허풍인 것 같았다. 벽에는 3유로짜리 아침이 7:30부터라고 적여 있었는데 주룩주룩 비내리는 아침 배낭을 꾸려 뭣좀 먹을까하고 내려오니 호스피탈레로를 비롯해 개미새끼 한마리 움직임이 없었다. 부엌마저 굳게 잠겨 있어 물 한모금 마시지 못했다


영화 "The Way"에서 등장했던 Muxia에 굳이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고 비까지 내려서 따뜻한 목욕과 맛있는 음식이 그리웠다.

어쩌면 다음 기회를 위해 몇몇 숙제로 남기는 것도 괜찮을거라는 생각이었다.

Santiago로 돌아가기로 했다.


계속 비가 내리고 있었다.

버스정거장에서 Arpad를 만났다.

그와 만나서 채 인사도 나누기전에 그의 버스가 오는 바람에 얘기 나누지도 못하고 헤어졌다.

돌아오는 길에 좀 심하게 멀미를 한다.

Fisterra의 구불구불한 길 때문인지 오랫동안 땅을 딛고만 살아서인지.


버스는 두시간 남짓 만에 Santiago에 도착.

다시 배낭을 메고 걷는 상쾌함을 짧게 맛본다.

여전히 관광객들로 붐비는 산티아고 대성당 앞, Plaza de Obradiro가 정겹게 다가온다.


Parador에 체크인.

Parador Hotel은 Spain정부에서 관광진흥을 위해 오래된 고성이나 왕궁, 수도원 같은 유적들을 특급호텔로 개조한 호텔인데 그중에서도 Santiago Pardor는 연중 찾는 사람 많고 까미노의 종착역에 있는 바람에 인기가 많다고 한다. 피스테라 가기전에 예약을 해두는 덕에 방을 구할 수 있었다. 건물 자체가 작은 궁전 도시. 중세의 풍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특히 입구의 장식이 유명한데 베드로...

Room 217에 여장을 풀고 서둘러 밖으로 나간다.


▼Room 217, 수백년 역사를 간직한 석조안에 현대식 목욕탕과 wifi도 즐길 수 있다. 



▼Parador 내부 정원. 몇백유로를 지불하고 중세의 영주가 되는 기분을 느껴본다.



▼Pardor 지하에 있는 식당은 마치 "해리포터"의 기숙사 식당같은 분위기다. 2층에선 부페를 이곳에는 스페인 메뉴를 먹을 수 있다. 물론 끝없이 배가 고픈 나는 우선 부페를 선택했다. 


Arpad가 멀리서 알아보고 호텔현관으로 달려온다. 

Arpad가 Luca를 찾고 싶다고 하여 막연히 10여분거리의 알베르게까지 걸어갔다 왔는데 좀 귀찮게 느껴졌다.

순레의 길에서 이만큼 비켜서 있는 것이다. 알베르게를 찾아나서서는 만나지 못했던 Luca를 광장으로 돌아와서 우연히 만났다. 아직 피스테라로 출발하지 않았다 하는데 약속대로 궐련 한모금을 나누었다.


▼Arpad와 Luca의 재회. 순례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감격같이 유난히들 반가와 한다. 실제로 생장부터 걸은 사람은 전체 순례자의 10%정도이다. 산티아고에 도착해서 아는 얼굴을 만나는 일이 당연하지는 않다는 말이다. 같이 땀흘리고 걸었던 순례자들은 오랜 시간 같이 걸으며 꽤 진한 동반자의 느낌, 연민, 동료애 같은게 생긴다. 


▼점심 같이 하자는 제의를 사양하고 혼자 호텔에서 Pulpo와 clamp를 맥주 안주 삼아 먹었다. 많이 먹으려고 노력하는데 줄어든 위장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않는지 신통치 않다.


먹먹하다.

정해진 다음 행선지가 없다는게 이상하다. 

항해를 마치지 않았는데 표류하는 느낌이 든다. 속박에 익숙해져 있던 사회적 습관에서 전혀 해방되지 못한 것이다.

적어도 이대로 사흘은 머물 것이다.

호텔에 들어와 욕조 가득 뜨거운 물을 담그고 그속에서 땀을 흘린다.

iPad에서 Enrisque Iglesias의 "Don't turn off the light"가 흘러 나온다.

세탁 맡기는 일이 어색할거 같아 알베르게에서 하듯 대강 빨래하고 로비로 내려간다.


앗! Jaime와 Daisy가 눈에 들어온다. Greg과 Dan이 차례로 들어온다. 막 Santiago에 도착하는 길.

이렇게 만날 사람들은 당연히 만나는구나. 잠시 회포를 푸는데 Jaime는 자기 카드로 호자만 체크인하고 휘리릭 사라진다.

나머지 가족들은 너무 비싸서 다른 곳으로 가고... 참 이상한 미국가족들이다.

Dan과는 Pilgrim Office까지만 동행하고 저녁 약속을 한 후 헤어졌다. 그게 그들을 편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Dan은 산티아고까지 순례를 마친 스스로를 몹시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당연한 일이다. 내가 준 나무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내게 슬쩍 물어온다. "넌 뭐 갖고 싶어?" 


▼미국 관광객들이 Dan을 둘러싸고 질문 공세를 퍼붓는다. 전직 군인, 소방관인 거구의 미국인이 500마일을 걸어서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에 놀라고 감동한다. 


▼딸 혼자 호텔에 체크인 하는 바람에 셋만 도착 인증샷에 남는다.


Catedral을 둘러 보았다. 내일 미사를 위한 사전답사.


▼영화 "The Way"에서 보면 세상에서 제일 큰 저 향로가 대성당 천장까지 오르락 내리락 장관이다. 성당 내부 경찰에게 향로의 운동방향을 알아두고 몇시간전에 오는게 좋은지 탐문. 


▼중학교때 배운 영어. "All that glitters is not gold" 

시험문제에선 is냐 are냐를 묻는다. 이제 나는 gold는 어디서 왔는지 묻는다. 


▼성야곱, Sain James, 즉 산티아고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고 알려진 대성당 지하의 유골함. 많은 사람들이 경배하고 기도하고 사진 찍고 눈물 흘리기도 한다. 저안에 아무것도 없다는데 한표. 하지만 야곱의 영혼이 거하신다는데 또 한표. 


▼일루미나티의 눈(제3의눈), 프리메이슨, 오컬트, 지혜의 눈...

프리메이슨을 상징하는 대표적 심볼 '제3의 눈'은 불멸의 우주적 신성과 통찰력을 상징한다. 눈을 둘러싼 빛나는 삼각형은 신성의 상징임과 동시에 연금술(Alchemy: 중세의 신비주의 전통으로 비금속을 금으로 변하게 하는 것, 나아가 금과 같이 영혼의 불멸성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의 3대 원소인 유황, 수은, 소금을 나타내기도 한다. 프리메이슨을 탄압했던 카톨릭, 산티아고 대성당의 천장에서 저걸 발견하고는 기분이 묘해졌다.

광장에서 HR DB 여수댁 이오상 등등을 한꺼번에 만나고 매력적으로 생긴 Hungarian부부와 새로 친구가 된다. '부다페스트의 소녀'이야기. 그는 이태리국적도 가지고 있는 이중국적자이다. 호텔로비에서 Andrew와 여친 Sandra를 만났는데 Rupert가 떠났다 해서 아쉬웠다.


▼HR은 순례의 막바지에 베드버그의 무차별 공습을 받고 얼굴이 저렇게 되었다. 이제 거의 다 나아간다는 HR은 늘 쾌활하고 긍정적이다. 찍히기 싫다는 걸 비록 지금은 끔찍할지 몰라도 나중엔 좋은 추억될거라고 꼬셔서 사진 찍었다. 포커스가 안맞아서 다행이다.


저녁은 즐거웠다.

Dan가족과 Brad from California가 합석.

Hotel Restaurant와 Casa Manelo를 제시했는데 Dan은 당연히 Manola를 선택. 

와인 두병만 사려다가 그냥 다 계산해 버렸다. 그게 내게 더 큰 즐거움이다.

2차는 예슬 준기와 갔던 Casa Casino. 그날 보았던 Spain할머니들을 또 보게 된다.

상그리아를 한병 시켜서 나누었으니 다행히 취하지는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Brad의 청으로 나의 background story를 이야기 해주었다.


▼사려 깊고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Brad는 홀로 떨어진 Dan에게 좋은 길동무가 되었다. 그는 느린 걸음 때문에 늘 알베르게글 구하지 못해서 고생했다. 특히 Burgos에서는 공립알베르게를 들지 못해 몹시 속상해 했다.




Manelo에서 저녁 먹고 내려오는 길에 대성당 북문쪽 Arch에서 듣게 된 남성 duo의 Italian 가곡.

fandango!


점점 많이 먹게 되고 다리도 풀려간다.

세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내일 '순례자를 위한 미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산티아고 순례는 막을 내린다.

어떤 음성을 듣게 될까?